"저희는 환자분이 많아서 화장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쓰거든요. 가정집이랑 똑같이 생각하시면 안 돼요." 시설관리팀장님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재활의학과 병동을 운영하는 이 병원은 4인실, 6인실 공용화장실 여러 곳에 안전바를 새로 시공해달라는 요청을 주셨는데,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손잡이 몇 개가 헐거워졌다는 게 발단이었습니다.
가정집 화장실은 보통 한 가족이 쓰지만, 병동 공용화장실은 하루에도 여러 환자와 보호자, 간호 인력이 번갈아 사용하다 보니 손잡이에 가해지는 하중과 마찰이 훨씬 잦고 누적됩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제품을 뜯어보니 체결 앙카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석고보드에 얕게 박혀 있었고, 오랜 기간 반복 하중을 견디지 못해 조금씩 흔들리던 상태였습니다.
병원 특성상 낮 시간에는 환자 이동과 간호 업무가 끊이지 않아 작업 소음이나 통행 방해가 부담스러웠고, 결국 시설관리팀과 협의해 이른 새벽 시간대에 맞춰 작업 일정을 잡았습니다.
새벽 5시부터 진행된 작업은 병동 전체가 조용한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했고, 환자분들이 기상하는 시간 전에 마감까지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공용화장실은 여러 명이 쓰는 만큼 표면에 이물질이 묻거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이음새 구조를 피해야 한다는 점도 신경 썼는데, 감염관리 담당 간호사분이 표면 재질과 마감 방식을 꼼꼼히 확인하셨습니다.
체결 부위 틈새에 실리콘 마감을 하더라도 오목하게 파인 부분이 남으면 그 자리에 물때와 오염물이 쌓이기 쉬워, 이번 시공에서는 최대한 매끄럽게 마감선을 처리해 청소가 쉬운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위치 선정에서도 가정집과 다른 고려가 필요했는데,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환자의 실제 이동 동선을 시설관리팀과 함께 시뮬레이션하며 손잡이 위치를 정했습니다.
변기 옆뿐 아니라 세면대로 이동하는 구간, 문턱을 넘는 구간까지 동선 전체를 살펴보니 가정집 화장실 기준으로 흔히 쓰는 표준 위치가 이 병동에는 맞지 않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보행이 불편한 환자분이 실제로 서서 이동하는 동작을 재현해가며 손잡이 높이와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고, 재활의학과 담당 선생님도 함께 현장에 나와 의견을 주셨습니다.
공용화장실이다 보니 사용 빈도가 가정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 저희는 애초에 일반 가정용보다 한 단계 높은 하중 기준의 제품과 앙카를 준비해갔습니다.
체결 후에는 평소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여러 방향에서 흔들림을 테스트했는데, 이는 하루 수십 번씩 여러 사람이 체중을 싣는 상황을 가정한 검증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이미 병동에 아침 회진이 시작되고 있었고, 시설관리팀장님은 작업이 이렇게 조용히 끝날 줄 몰랐다며 다음 병동 작업도 같은 시간대로 잡아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재활 치료를 받던 한 환자분은 새로 설치된 손잡이를 잡아보시며 "이제 흔들리지 않아서 마음 놓고 힘을 줄 수 있겠네요"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이번 작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병원 화장실 안전바는 단순히 손잡이 하나를 다는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의 안전 기준을 새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이 병동을 시공하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작업을 정리하며 시설관리팀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동안 하자보수 요청이 유독 화장실 손잡이 쪽에서 많이 들어왔다고 하셨습니다. 병원처럼 이용자가 많은 시설일수록 처음 시공 단계에서 기준을 높게 잡아야 이후 재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함께 둘러본 다른 병동 화장실 몇 곳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는데, 손잡이 자체는 멀쩡해 보여도 벽 내부 고정 상태가 부실한 경우가 많아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